"탈레반 정부 공식 인정안하지만, 대화로 얻는 이익 더 커"
"인권문제도 탈레반과 논의할 것"
EU 외교대표 "탈레반과 협력·외교 유지 불가피"
유럽연합(EU)의 외교부문을 총괄하는 관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새 정부를 구성한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4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EU 회원국들은 (카불) 대사관을 폐쇄했고 재개할 계획도 없지만 우리는 대표부가 있다"면서 "안전 조건이 충족되면 영상 회의나 메시지를 통한 것보다 더 가까운 방식으로 아프간 정부와 협의하는데 (대표부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이어 "우리가 (아프간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가지려면 탈레반과 협력하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협력은 대화, 협의, 그리고 가능한 사안들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EU가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탈레반과 대화함으로써 얻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을 상대로 EU가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탈레반 측에 아프간인들의 인권에 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보렐 대표는 "(탈레반과) 인권을 논의하는 것은 모순이겠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해야만 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인권 문제를 포함해 탈레반과의 대화·협력에 관한 조건들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EU 외교장관들은 EU가 탈레반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프간이 '테러 수출'의 기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약속 ▲인권과 법치, 언론 자유에 대한 기준 준수 ▲외국인과 아프간인의 이주 허용 ▲폭넓은 정부 구성 등의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보렐 대표는 미국과 서방이 지원했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진격에 급속도로 붕괴한 것에 대해선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 국가를 세우는 작업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EU 외교대표 "탈레반과 협력·외교 유지 불가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