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국내외 출장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비즈니스석 수요 회복을 기대했던 미 항공사는 낙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소비자의 지출 감소 등을 예상하며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7%로 하향 조정했다.

에드 배스티언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출장 수요가 꾸준히 오르다 일시적으로 멈췄다”며 “원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출장 수요의 발목을 잡았다는 뜻이다. 그는 “9월 미 기업 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호텔숙박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400여 명의 잠재 출장자 가운데 약 60%가 출장을 미룰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0만 명을 넘길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기업이 출장 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출장을 보내고 있다. 컴퓨터 제조사 델은 “국내 출장은 회사와 고객사 모두에 중요할 때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출장을 갈 때는 상급자와 부사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계컨설팅업체 KPMG의 폴 노프 CEO는 “화상 회의로 하루에 3개 대륙을 넘나들 수 있다”며 “해외 출장은 현재 없다”고 했다.

기업의 출장 제한 등으로 비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미 교통안정청(TS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미 공항 이용객은 135만 명에 그쳤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적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출장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스티언 CEO는 “(출장 수요가)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 8월 말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낮춘 5.7%로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는 이미 3분기 성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중단기적 역풍 요소”라며 “공급망 마비로 재고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미 실업률 전망치를 4.1%에서 4.2%로 높였다. 다만 내년 미 경제성장률은 기존 예상치 4.5%보다 0.1%포인트 올려 4.6%로 제시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