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디추싱 측은 즉각 부인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틱톡'의 바이트댄스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지분과 이사 자리를 확보한 사례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 당국은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디디추싱에 투자하는 계획을 제안해 이를 조율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분을 투자한 형태의 국유기업이 많이 있으며, 국유기업 가운데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국영기업이라고 한다.

투자가 성사되면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컨소시엄은 디디추싱 이사회에서 한 개의 의석을 확보하고, 주요 사안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의 데이터와 중요한 의사 결정에 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디디추싱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청웨이는 지분 7%, 공동창업자인 사장 류칭이 지분 1.7%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의결권은 청웨이가 35%, 류칭은 22%를 행사한다. 정부 컨소시엄이 일부 지분만 확보하더라도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는 베이징시 산하 레저기업인 베이징서우뤼그룹이 갖고 있는 승차호출업체 서우치도 참여한다.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우치는 디디추싱의 최대 경쟁사 중 하나다. 서우치는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디디추싱과 차량호출 서비스를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 컨소시엄의 디디추싱 지분 확보 추진은 이 회사가 지난 6월말 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한 후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공안부, 국가안전부 등 7개 국가 기관은 디디추싱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하고,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이 회사 앱을 퇴출시켰다. 신규 회원 가입도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디디추싱 측은 국유기업의 자사 지분 인수에 관한 외신 보도를 부인했다. 디디추싱은 웨이보에 올린 성명에서 "현재 적극적이고 전면적으로 (정부의)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는 중"이라며 "베이징시 관련 기업들이 디디추싱 지분을 인수한다는 외국 매체의 전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디디추싱이 관련 보도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빅테크를 철저히 장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주요 기술기업의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을 동원해 최근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과 더우인(중국판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중국 내 핵심 법인과 중국 내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웨이보의 지분을 각각 1% 인수했으며 각 기업의 이사 자리도 하나씩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극소수의 지분을 확보하고도 이사 선임권과 특정 사안에 대한 거부권까지 확보해 고강도 규제와 행정 처벌 같은 우회적인 방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이들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