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곧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연 -0.369%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연 -0.502%로 바닥을 찍은 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연 0.730%까지 올랐다. 지난달 초 연 0.513%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주가도 올랐다. 테이퍼링 시행은 중앙은행이 곧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이날 스톡스유럽600 지수의 은행업종 지수는 0.9% 상승했다.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ECB가 인플레이션 위기에 곧 테이퍼링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작년 8월보다 3% 상승했다. 10년 만의 최고치다. 시장 전망치 2.7%를 웃돌았다. 독일의 8월 소비자물가도 1년 전보다 3.9% 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ECB가 국채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갈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애시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ECB에서 테이퍼링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가 치솟은 데다 실업률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ECB 통화정책 위원인 클라스 노트와 로버트 홀츠먼도 “유로존 경제가 국채 매입을 줄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오는 9일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테이퍼링 여부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리 전문가인 로한 칸나 UBS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첫 번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ECB가 올 4분기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