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엣지 뉴스레터의 '테크 이슈 브리핑'은 최근 한 주 간의 주요 IT(정보기술)산업 이슈를 정리하고 향후 이벤트를 전망하는 코너입니다. 이번주는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에 제동을 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아마존의 BNPL 확대 등의 소식을 담았습니다.

애플 시총 처음으로 2조5000억달러 돌파했지만...


최근 빅테크 이슈의 중심엔 '애플'이 서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이 시가총액 2조5000억달러(약 29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시총 2조5000억달러를 돌파한 미국 기업은 애플이 처음입니다. 상승 동력은 역시 '아이폰'이었습니다. 애플의 차기 주력 스마트폰인 '아이폰13'에 위성통신 기능이 들어갈 것이란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날 애플은 긍정적인 뉴스를 하나 더 내놨습니다. 음악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클래식음악 스트리밍업체 '프라임포닉'을 인수했습니다. 애플 뮤직 스트리밍 목록에서 클래식음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의 음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합니다. 2014년엔 30억달러를 투자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이자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를 샀고 2018년엔 가수 관리와 음악 유통을 하는 '플래툰'을 매입했습니다.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은 애플과 구글의 수익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앱장터 내 거래를 자사 결제 시스템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습니다.
법은 구글이나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구글이나 애플이 자사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를 강요하고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개정안이 통과되자 입장문을 냈습니다.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수수료 체계가 앱 스토어 유지·운영비로 쓰이고 개발자와 세계 시장을 연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0%의 수수료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애플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예전부터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애플은 법 통과 이전인 지난달 27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긴했는데요. 연매출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감면(30%→15%) 최소 3년 유지, 앱스토어 검색 시스템 3년 유지, 외부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의 이메일 공유 허용 등입니다.

점점 커지는 BNPL(선 구매 후 결제) 시장

한경 엣지 뉴스레터에서 여러 번 다룬 'BNPL', 즉 '선 구매 후 결제' 서비스를 아마존이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BNPL은 결제업체가 소비자 대신 먼저 물건 값을 치르고 소비자는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할부 서비스와 비슷한데요, 신용카드가 없어도 후불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BNPL 플랫폼 '어펌'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후불결제 서비스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아마존은 50달러 이상 가전, 가구, 패션제품을 구매한 고객 대상으로 월 할부 결제 등 옵션을 제공하게 됐습니다.
[한경 엣지]한국에서 '30% 결제 수수료' 제동 걸린 애플과 구글
BNPL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에 MZ세대들이 BNPL을 주로 활용하는 영향이 큽니다. 아마존처럼 미국 유통업체들도 BNPL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이 2025년까지 15배 성장해 최대 1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어펌 같은 BNPL 결제업체들이 BNPL 이용자들에게 돈을 떼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래서 BNPL 업체들은 가맹점으로부터 3~6%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위험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낸드플래시 업계 '지각 변동'...美日 업체 합병 추진

낸드플래시업계 3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2위인 일본 키오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WD가 일본 키오시아와 M&A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오는 9월 중순께 협상이 타결될 수 있고 WD의 키오시아 인수 금액은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두 업체의 M&A가 성사되면 점유율 합계는 33.4%로 상승, 1위 삼성전자(33.5%)와의 격차가 ‘무의미한 수준’까지 좁혀지게 됩니다. 삼성전자를 포함, 6개 업체가 난립한 낸드 시장 구도 역시 2강(삼성전자, WD+키오시아), 2중(SK하이닉스+인텔, 마이크론)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WD는 왜 키오시아 인수를 추진할까요. 데이터센터 등이 확대되면서 기업용 SSD(데이터저장장치) 수요가 커지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SSD의 주요 부품은 낸드플래시입니다. 결국 낸드플래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재편 중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삼성전자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빅2’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WD와 키오시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낸드업계에선 기업 간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시장 참여자가 줄어들면 경쟁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WD의 키오시아 인수와 관련해선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슈퍼파워’로 불리는 미국의 반도체기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겁니다. 향후 자금과 기술을 갖춘 낸드업체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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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