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세력이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AP
탈레반 세력이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AP
정부 출범을 준비하며 정상국가를 자처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탈레반은 칸다하르주 등 주요 양귀비 산지를 돌며 재배 금지를 지시하고 있다. 양귀비는 아프간의 특산물이지만, 정상국가로 국제사회 인정을 받기 위해 내린 조치로 보인다.

아프간은 세계 아편 공급량의 80% 가량을 담당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4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 양귀비 재배면적은 작년 22만4000헥타르(약 2240㎢)였다. 서울(605㎢)의 4배 가까운 땅을 양귀비가 차지한 것.

양귀비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 7~12%에 해당하는 12억~21억 달러(약 1조4000억~2조4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탈레반 자금줄도 양귀비다. 농부들은 양귀비 판매약의 6%를 '세금'으로 내는데, 대부분 탈레반이 가져갔다고 UNODC는 지적했다.

아편을 만들어 밀거래하는 과정에도 세금이 부과되며 이 역시 탈레반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 UNODC의 주장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탈레반 연간수익의 60%는 마약거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 금지를 지시하며 현지 가격도 폭등세를 보인다. WSJ에 따르면 칸다하르·우르즈간·헬만드주에선 가공하지 않은 양귀비 1㎏의 가격이 70달러(약 8만원)에서 200달러(약 23만원)로 3배 올랐다.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서도 두 배로 올랐다. 탈레반은 샤프란 등을 양귀비 대체 작물로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국가에 속도를 내고 있는 탈레반은 조만간 정부 내각 구성도 발표할 예정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새 내각 구성이 1~2주 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부와 교육부, 중앙은행 등 핵심 정부기관 관리들이 이미 임명됐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난도 완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아프간은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식료품값이 급등했다. 수도 카불이 함락되며 은행들도 문을 닫은 상태다. 탈레반은 이날 은행 영업재개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다만 1인당 인출액을 일주일에 200달러(2만아프가니·약 23만원)로 제한했다.

한편 탈레반은 전날 미국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폭탄테러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보복 공습을 가한 것을 비판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명백히 아프간 영토에 가해진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