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유 석유 유통기업인 중허석유가 이란과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석유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허석유는 2019년 이란산 원유 유통으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어서 미국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허석유는 지난 4~5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로부터 4억4500만달러어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중허석유는 지난 1년 동안 최소 대형 유조선 14척에 해당하는 원유를 이란과 베네수엘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한 원유는 미국의 추적과 국제 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형 국유 정유사 대신 소형 민간 정유사(티폿) 5~6곳에 인도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중허석유가 이란과 중국 간 원유 거래의 핵심축”이라고 전했다. 시장분석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란산 원유를 하루 평균 55만7000배럴 수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제재한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규모다.

중국 국유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글로벌 정유회사는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제재 대상에 올린 2019년 이후 두 국가로부터 원유를 들여오지 않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직거래하거나 페이퍼컴퍼니 및 제3자를 동원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9월 중허석유 등 4개 중국 기업을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의 제재는 원칙적으로 자국 국민 및 기업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단절하도록 하는 조치다.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이란, 베네수엘라와 원유를 거래하는 해외 기업들도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미국 재무부에서 제재 업무를 담당했던 줄리아 프리드랜더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원유 유통처럼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산업에서 미국의 제재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과 중국의 원유 거래를 아예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체된 이란 핵합의가 복원되지 않으면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한 핵합의는 지난 4월 복원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재 잠정 중단됐다. 이란은 농축 금속 우라늄 생산에 들어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