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 팬데믹(대유행)이 되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의 말이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신규 환자 중 델타 변이 비율이 8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50%를 넘어 미국에서 지배종이 바뀐 지 2주 만에 3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델타 변이의 공습은 각국으로 번졌다. 프랑스는 이례적 확산세에 ‘백신 통행증’을 꺼내들었다. 싱가포르는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CDC에 따르면 이달 4~17일 미국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는 83.2%에 달했다. 백신 접종률이 56.2%에 이르지만 미국에선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기준 신규 환자는 3만4830명으로 완연한 증가세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 겪은 두 차례 유행처럼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백신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확산세가 계속되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직원과 연방하원 의장실 수석대변인이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민주당 의원단 50여 명이 12일 워싱턴DC를 찾았는데, 이 중 6명이 확진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돌파감염이 있겠지만 백신 접종자는 증상이 대체로 경미하다”고 했다. CDC는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방역 지침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NS를 타고 번지는 백신에 대한 가짜 정보를 막기 위해 빅테크에 면죄부를 준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식당 등에 갈 때 백신 접종 증명서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백신 통행증’을 법제화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에 프랑스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었다. 프랑스 신규 환자는 1만8181명, 사망자는 33명이다. 백신 접종률은 45.7%다.

일본은 도쿄 상황이 심상찮다. 신규 환자 3758명 중 1387명이 도쿄에 집중됐다. 가쿠 미쓰오 코로나19 전문가위원회 단장은 “도쿄는 최대 위기”라며 곧 하루 환자가 30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언한 싱가포르는 다음달 18일까지 다시 봉쇄 조치를 강화한다. 두 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