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XIN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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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인도)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 팬데믹(대유행)이 되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의 말이다. 그는 20일(현지시간) 국회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신규 환자 중 델타변이 비율이 83%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달 초 50%를 넘어 미국 지배종이 바뀐지 2주 만에 60% 넘게 급증했다. 델타 변이의 공습은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프랑스는 이례적 확산세에 '백신 통행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싱가포르는 다시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했다.

21일 CDC에 따르면 이달 4~17일 미국에서 유전자를 분석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율은 83.2%에 이른다. 알파(영국) 변이는 8.3%, 감마(브라질) 3.3%다. 백신 접종률이 56.2%에 이르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델타 변이가 미국 유행을 주도하면서다. 19일 기준 신규 환자는 3만483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지난해 여름과 겨울처럼 사망자는 급증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산세가 계속되면 인명 피해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우리는 감염병을 종식시킬 도구를 갖고 있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백신 거부 목소리에 막혀 접종률이 정체되는 것도 문제다. 이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백악관 직원과 연방하원 의장실 수석대변인이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민주당 의원단 50여명이 지난 12일 워싱턴DC를 찾았는데 이들 중 6명이 확진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돌파 감염이 있을 것이란 걸 알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 접종자 감염은 증세가 대체로 경미하다"고 했다.

미국 CDC는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방역 지침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백신을 맞지 못하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SNS 등으로 번지는 백신에 대한 가짜 정보를 막기 위해 빅테크에 면죄부를 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례적 확산세에 프랑스는 식당 영화관 등에 들어갈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백신 통행증'을 법제화하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에 프랑스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프랑스 신규 환자는 20일 기준 1만8181명, 사망자는 33명이다. 백신 접종률은 45.7%다.

일본 도쿄의 상황도 심상찮다. 20일 일본의 신규 환자 3758명 중 1387명이 도쿄에 집중됐다. 가쿠 미츠오 코로나19 전문가위원회 단장은 "도쿄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조만간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는 가라오케에 이어 수산시장에서도 집단감염이 번졌다. 신규 환자 195명 중 142명이 주롱항 수산시장 감염자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언했던 싱가포르는 다음달 18일까지 다시 봉쇄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2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

간킴용 통상산업부장관은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엔데믹(주기적 유행병) 코로나19'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 있다"며 "길을 가다 보면 요철도 있고 장애물도 만날 수 있겠지만 결국 장애물을 극복해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