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등이 치뤄지는 도쿄만에서 악취가 가시지 않아 도쿄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래를 쏟아 붓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2년 전 초과 검출된 대장균까지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쿄만의 악취가 문제된 것은 2년 전부터다. 2019년 8월 이곳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가 취소됐다.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SU)에서 정한 것보다 두 배 많은 대장균이 검출되면서다.

당시 아사이신문은 물에서 화장실 냄새가 났다고 보도했다. 같은해 오다이바 마린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시범경기에서 일부 미국 선수들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수개월에 걸쳐 정화작업을 벌였다. 도쿄만에 2만2200입방미터(CBM·㎥)의 모래를 쏟아부었고 특수제작한 스크린도 설치했다. 하지만 악취가 계속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세균이 스크린 아래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 대장균 유입을 크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도쿄만 악취의 원인은 도심에서 흘러든 하수다. 도쿄에는 빗물과 하수를 위한 별도 배수시설이 없다. 3000만명에 이르는 도쿄 시민들이 쓰는 하수는 정화를 거쳐 도쿄만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비가 많이 와 수량이 늘면 일부 하수가 제대로 정화 처리 되지 않은 채 도쿄만으로 흘러들어갈 위험이 있다.

1931년 만들어진 정화 처리 시설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도 악취를 키우는 원인이다. 도쿄 인구가 급격히 늘었지만 정화 처리 능력은 늘지 않아서다. 도쿄에 새 하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올림픽의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 경기는 오는 26일부터 치러진다. 이들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도심의 수질은 큰 위험 요인이 됐다. 수질 악화로 선수들이 고생하는 곳은 도쿄 뿐 아니다.

30년 넘게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한 타로 시라로는 "도쿄만이 깨끗하지 않지만 이보다 심한 곳도 많다"며 "도심에서 개최되는 트라이애슬론이 늘고 있는데 깨끗한 곳은 많지 않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