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 간 원유 감산 완화(증산) 협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들 국가는 5일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UAE의 반대로 합의가 끝내 불발될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BC 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의가 UAE의 강경한 반대로 두 차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OPEC+는 5일 오후 3시(한국시간으로 오후10시)에 화상으로 세 번째 회의를 개최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은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배럴 가량의 감산완화에 잠정 합의했다. 연말까지 지금보다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증산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내년 4월까지인 감산완화 합의 기한을 8개월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UAE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UAE는 "감산완화 합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별도의 회의에서 시한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UAE가 회원국 중 가장 불공평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한 뒤 UAE의 주권적 권리를 주장했다. 그는 "지금 논의되는 생산 규모가 2018년 당시의 생산량 수준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UAE에 불리하다"면서 "증산 입장에 대해선 지지하지만 감산 기한 연장은 분리해 논의해야 할 것"고 설명했다.

최근 원유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UAE는 OPEC+가 정한 자국의 생산 기준이 처음부터 너무 낮게 설정됐다고 강조했다. UAE는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 복원에 성공하면 몇달 내로 글로벌 원유 생산 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감산 기준에 대해 다시 검토에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OPEC+는 만장일치 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UAE와의 의견 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타협과 합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UAE를 압박했다. 그는 "감산완화 시한 연장은 부수적인 의제가 아니라 논의의 토대가 되는 사안"이라면서 "지난 14개월간에 걸친 노력이 환상적인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런 성과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UAE가 OPEC을 탈퇴하고 원유 생산 전쟁을 벌일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전쟁으로 원유가격이 폭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 폭락 이후 OPEC+는 지난해 5월 수요감소에 대응해 약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으며 그 뒤 2022년 4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현재 OPEC+의 완화된 감산 규모는 하루 580만배럴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