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 도전 속 '지도체제 불안정' 전망도
주변국들과 영유권 갈등 계속…전세계적 반중정서 확산도 숙제
미중갈등·일국양제·양극화…中공산당 100년 과제 수두룩
중국공산당이 1일 창당 100년 기념식에서 성과를 과시하며 신중국 100년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수두둑하다.

미중 갈등이 냉전 이후 최고로 치닫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국제사회에서 반중 정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콩과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인권 논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통일 계획은 활활 타오르는 이슈다.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 심화로 젊은이들 사이에 무력감과 자포자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점쳐지는 가운데, 안개 속인 권력 승계 문제가 언젠가는 당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갈등·일국양제·양극화…中공산당 100년 과제 수두룩
◇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 도전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망루.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이날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쳤다.

창당 100주년은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길로 향하는데 중요한 순간으로 꼽힌다.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반열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진핑과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비교가 불가피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우 교수는 "마오쩌둥은 1949년 톈안먼 망루에서 '중국인이 일어섰다'는 유명한 말을 했고, 덩샤오핑은 중국인에게 부(富)를 가져다줬다는 평을 듣는다"면서 "이제 시진핑이 중국을 강하게 만들 차례다.

시진핑은 당 대회(2022년 가을)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번 창당 100주년 이벤트를 이용해 국가를 결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내년 10월 당 대회에서 3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 주석 임기 제한(2회)을 없애 장기집권을 위한 길을 이미 터 놓은 상태다.

2017년에는 당헌에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삼개대표론, 과학발전관에 이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시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왔다.

시 주석은 당헌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사상을 명기함으로써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있으며,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도 듣고 있다.

공산당 중앙당사문헌연구원이 발표한 '공산당 100년 대사건'에서는 전체 9만여자 가운데 시진핑 시대 9년이 3만여 자를 차지한다.

절대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에게는 '국가의 조타수' '위대한 영수(領袖)', 총사령관 같은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는 과거 마오쩌둥에게만 썼던 호칭이다.

그는 마오쩌둥이 건국을 선포했을 때를 떠올리게 하려는 듯 이날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혼자 회색 인민복을 입고 대형 마오쩌둥 초상화 위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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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은 지난 100년간 중국의 실패는 빼고 모든 성취만 당과 연결시켜 자신의 비전과 당내 지도력, 당의 국가 통치력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의 건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 견줄만한 업적을 쌓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만 통일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데 그는 이날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거론하면서도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가운데 뚜렷이 떠오르는 후계자가 없어 이 문제가 체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시 주석이 집권 후 '부패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대규모로 숙청한데 따른 내부 갈등, 덩샤오핑이 마련해 놓고 떠난 집단지도체제의 전통을 흔드는 1인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 등 차세대 주자들의 성장과 같은 변수가 향후 지도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중국이 싫다"…미중 갈등 속 반중 감정은 상승세
SCMP는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설문결과를 인용해 "세계 대부분의 선진 경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거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의 선진 경제 17개국, 1만 9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월 진행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중국의 인권 존중을 낮게 평가했고, 시 주석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였으며, 중국이 외교 문제를 책임감있게 다루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중국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 7개국에서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일본 88%, 스웨덴 80%, 호주 78%, 한국 77%, 미국 76%, 캐나다 73% 등의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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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 일부 문제에서는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최대 경쟁자라고 규정했으며, '대서양 동맹' 복원을 외치며 동맹들과 함께 반중 공동 전선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서방국가 간 입장 차이를 파고들려고 하지만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는 확산일로다.

지난달에는 친중 노선을 걷는 헝가리 정부의 중국 푸단대 분교 유치 계획이 1만명 규모 항의 시위를 낳는 등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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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홍콩 인권탄압"…대만 무력 통일 전망에 위기감 고조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1주년을 맞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해 "이 전면적이고 억압적인 법은 홍콩을 인권 불모지인 중국 본토와 점점 닮아가게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SCMP는 이날 유럽의회가 홍콩 정부의 반중매체 빈과일보 탄압을 규탄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과 미국 등은 중국이 영국과 1984년 맺은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홍콩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해놓고 이를 일방 파기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5개 중국 기업을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대상 목록에 올리는 등 신장 위구르 인권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남중국해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싸고 여러 나라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대만을 압박하며 무력 통일설도 솔솔 흘리고 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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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 심화 속 젊은층 박탈감과 무력감 '탕핑주의' 퍼져
시 주석은 지난 2월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극심한 빈부의 차는 향후 중국공산당의 독주체제마저 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중국의 2018년 1인당 가처분 소득은 4천달러 수준으로 멕시코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버는 돈으로는 살인적으로 치솟는 집값 등을 부담할 수 없어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부유층이나 중산층은 아파트, 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해 그 시세 차익을 즐기고 있지만, 중국의 대다수 서민에게 부동산 투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오면서 빈부 격차를 용인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역간 소득 격차도 커 중소 도시나 농촌 지역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탕핑(躺平)주의'로 불리는 젊은층의 무력감과 박탈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탕핑'은 똑바로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탕핑주의는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발견한 청년층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욕망만 유지하며 생활하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이 내세우는 '대국굴기'(大國屈起:대국으로 우뚝 선다)에 저항하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미중갈등·일국양제·양극화…中공산당 100년 과제 수두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