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순자산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가 전 세계에서 520만 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여파에 각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금융자산, 부동산 등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 영향이다. 한국의 백만장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세계 백만장자 1년새 520만명 늘어…"코로나로 자산가치 급등"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발간한 ‘글로벌 자산 보고서’를 인용해 작년 말 기준 세계 백만장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520만 명 증가해 5610만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1%를 차지한다. 글로벌 백만장자 비율이 성인 인구의 1%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작년 말 기준 순자산 5000만달러(약 568억원) 이상인 ‘슈퍼리치’는 21만503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7만3620명에 비해 23.9%(4만1410명) 늘었다. 세계 상위 1%에 들기 위한 순자산 규모는 2019년 말 98만8103달러에서 지난해 말 105만5337달러로 다소 높아졌다.

미국에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195만1000명이 백만장자로 추정됐다. 전 세계 백만장자의 39.1%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527만9000명), 일본(366만2000명), 독일(295만3000명), 영국(249만1000명) 순으로 백만장자가 많았다.

한국은 작년 말 기준으로 약 105만1000명의 백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1년 전에 비해 14만3000명가량 늘었다. 전 세계 백만장자의 약 2%를 차지했다. 국가별 순위로는 11위에 해당한다. 성인 인구 가운데 백만장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위스로 14.9%에 달했다. 호주(9.4%)와 미국(8.8%)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적으로 지난해 백만장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등이 활기를 띠며 부유층의 자산 가치가 높아졌고,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가계가 축적한 총자산은 작년 말 기준 418조3000억달러(약 54경5300조원)로 추정됐다. 1년 전에 비해 7.4%(약 28조7000억달러) 증가했다. 이 같은 자산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가계 총자산은 2025년 583조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백만장자 수도 지금보다 2800만 명가량 증가해 840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부(富)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성인 인구의 1.1%인 백만장자들이 보유한 총자산 규모는 191조6000억달러로 전체의 45.8%를 차지했다. 반면 성인 인구 55%에 이르는 28억7900만 명은 순자산이 1만달러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총자산 규모는 5조5000억달러로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백만장자들의 자산은 2000년 이후 거의 4배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쳤으나 각국 정부의 빠른 대응에 시장이 안도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자산 가치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