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30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2009년 신종플루로 인한 혼란을 백신과 타미플루가 잠재웠던 것처럼 먹는 약(경구치료제)을 개발해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32억달러(약 3조622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 의학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막는 항바이러스제, 경증 환자가 집에서 먹는 치료제는 대유행에 맞서 생명을 구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18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날 발표한 치료제 개발 지원금은 지난 3월 통과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금에서 지출할 계획이다. 임상시험 속도를 높여 올해 말까지 치료제를 내놓는 게 목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했다. 입원 환자가 투여하면 회복 속도가 빨라져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일라이 릴리, 리제네론에서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도 FDA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정맥 주사제로 병원에 입원한 경증이나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된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입원했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 범위가 넓지 않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환자가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수요가 큰 이유다. 경증 환자를 위한 먹는 약이 개발되면 초기 감염 환자가 집에서 간단히 치료받을 수 있다. 확진자가 병원에 몰려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구치료제가 개발되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MSD와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는 먹는 항바이러스제인 몰누피라빈을 개발하고 있다. 외래환자 대상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되면 올 하반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MSD는 내다봤다. 화이자도 올해 말 승인을 목표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