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이 좀 더 빨리 맞춰질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이란 그동안의 일관된 견해를 접고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파월 의장이 물가 오름세가 길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활동 재개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거대하고 빠른 수요 전환이 생길 것”이라며 “공급망 차질과 구인난 등은 (물가를 낮추는) 상황을 계속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러 조건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르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본다면 Fed가 즉각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매우 초기 단계의 논의였기 때문에 착수 시기는 ‘훨씬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이퍼링을 논의할지를 논의한(talking about talking about) 회의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FOMC에 참석한 11명(12명 중 한 명은 공석) 중 일부가 조기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예상 시점을 앞당긴 점도표에 대해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파월 의장은 “점도표는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변동에 대한 좋은 예측 도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금리인상은 논의의 중심이 전혀 아니었다”며 “실제 금리인상은 먼 얘기”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만약 통화정책을 바꿔야 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시장에 알리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되풀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촉발됐던 ‘테이퍼 탠트럼(금융시장 대혼란)’을 막기 위해 꾸준히 예방주사를 놓겠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분명히 나아졌다”면서도 “실질적인 진전을 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개선세가 균형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시장은 1~2년 내에 아주 건강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FOMC에서 경제의 진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