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BNPL) 서비스 사용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BNPL이 새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다. BNPL을 이용하면 신용도에 상관없이 무이자 할부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20대가 무분별하게 소비를 늘리다가 신용대출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우려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중앙은행(MAS)은 최근 BNPL 서비스에 대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Z세대로 불리는 20~35세 청년들이 BNPL로 손쉽게 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MAS는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물건을 사는 수단이 BNPL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소비 습관에 인질 잡히지 말라”고 강조했다.

포스(point-of-sale) 대출로도 알려진 BNPL은 소비자가 일단 물건을 받은 뒤 비용을 몇 달간 나눠 갚는 서비스다. 할부 결제를 해도 이자 부담이 없어 소비자가 돈을 쉽게 쓸 수 있다. 매출 확대를 원하는 상점들이 BNPL 플랫폼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면서 도입을 늘리고 있다.

세계 BNPL 서비스 시장은 2019년 73억달러에서 2027년 336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간편 결제 플랫폼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NPL 서비스에 가입할 땐 신용카드와 달리 개인 신용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성인 소비자가 은행 계좌만 개설하면 된다. BNPL 플랫폼인 옥티파이 설립자 에드 친은 “코로나19로 수입 등이 불안정해진 사람들이 유연하게 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는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돼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물건을 받은 뒤 정한 기한까지 갚지 못하면 연체료로 5~60싱가포르달러(약 4200~5만원)를 내야 한다. 은행 계좌는 동결된다.

금융 플랫폼 파인더에 따르면 싱가포르인의 27%는 BNPL 때문에 재정상황이 나빠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