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정치개입 지적 후 진행 못해…칸 정부 언론 탄압 강화
파키스탄 유명 앵커, 군부 비판했다가 프로그램서 퇴출
파키스탄의 유명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군부를 비판했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다.

1일 돈(DAWN)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현지 유력 미디어 지오뉴스네트워크의 시사 토크쇼 '캐피털 토크'(Capital Talk)의 앵커 하미드 미르가 전날부터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캐피털 토크'는 매주 평일 미르가 진행하던 토크쇼인데 전날에는 다른 진행자가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지오뉴스 측은 "미르는 이번 주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오뉴스 관계자들은 로이터통신에 미르의 퇴출과 관련해 방송사가 군부로부터 심한 압력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미르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밀려난 것은 그의 최근 군부 비판 발언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는 지난주 시위 등에서 군부의 언론 검열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전 TV 뉴스 프로듀서 아사드 알리 투르가 군부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다가 당국에 끌려가 고문당한 점 등을 지적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을 잡는 등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2018년 8월 취임한 임란 칸 총리도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 정도다.

칸 정부는 집권 후 언론 탄압 강도를 높였고 그 과정에서 약 3천명의 언론인이 해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저명한 반체제 성향 언론인 마티울라 잔이 12시간 동안 괴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미르도 2014년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미르는 "과거에도 두 차례 방송 금지를 당했고 암살 시도에서도 살아났다"며 "헌법상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인과 인권단체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난 목소리를 냈다.

파키스탄언론인노조는 지오뉴스에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밝히라고 요구하며 미르가 복귀하지 않으면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도 "언론인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며 검열, 괴롭힘, 육체적 폭력 등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