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3조원대 벌금을 1분기(1~3월) 실적에 반영하면서 2014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적자를 냈다.

알리바바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1873억위안(약 3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76억위안(약 1조34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독점법 위반으로 부과한 182억위안의 벌금을 1분기 실적에 포함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이런 일회성 요인을 빼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05억위안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 분야 매출은 1613억위안으로 작년보다 72% 증가했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68억위안에 그쳐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58%에서 올 1분기 37%로 떨어졌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다.

3월 결산법인인 알리바바는 이날 2021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연간 실적도 내놨다. 매출은 7172억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41% 늘었고 영업이익은 896억위안으로 작년보다 2% 감소했다.

장융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벌금 덕분에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책임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2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2021회계연도보다 30%가량 늘어난 9300억위안으로 제시했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 등의 중국 내 사용자는 3월 말 기준 8억1100만 명으로 1년 전보다 8500만 명 증가했다. 회원 수 기준 2위인 핀둬둬(7억8800만 명)를 2300만 명 차이로 앞섰다. 해외 이용자는 2억4000만 명으로 전체 알리바바 이용자 수가 처음으로 10억 명을 넘어섰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실적이 호전됐지만 알리바바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고점 때 30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최근 2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마윈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당국의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비판한 이후 당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