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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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조금이라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 조종간과 기내식 카트까지 뜯어팔고 있다. 지난해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단숨에 흑자 전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ANA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4046억엔(약 4조137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회사 역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미국 3대 항공사의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4090억엔)와 같은 수준이다.

매출은 7286억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급감했다. 특히 항공사업의 매출이 6040억엔으로 65% 감소했다. 국제선과 국내선 수입은 각각 447억엔과 2031억엔으로 93%, 70%씩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여객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작년 10월 연간 적자규모를 5100억엔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서는 1000억엔 가량 손실이 줄었다.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고정비를 줄여 1년전보다 비용을 5900억엔 삭감한 덕분이다. ANA는 작년 10월 이후 직원 750명을 기업과 지자체에 파견(출향)했다. 내년까지 전체 임직원 숫자를 작년보다 4000명 줄일 계획이다. 올해도 비용을 3000억엔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수요가 늘면서 국제 항공화물 사업의 매출이 사상 최대인 1605억엔을 기록한 부분도 적자폭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ANA의 실적발표가 눈길을 끈 건 지난해 4000억엔이 넘는 손실을 입은 회사가 올해 35억엔의 순이익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2분기부터 국내선 수요가 회복되고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주요 국가에 대한 입국금지가 해제되면 연말에는 항공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근거였다.

흑자전환의 또다른 근거는 비항공사업 부문의 확대다. 2019년 매출 1조9000억엔 가운데 약 90%(1조7000억엔)가 항공사업 매출이었다. ANA는 2024년까지 비항공사업 부문의 매출을 4000억엔으로 두배 늘릴 계획이다.

작년 12월부터 기내식을 외부에 판매해 3억50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항공사 마일리지로 비행기표 뿐 아니라 쇼핑, 외식, 금융상품 가입, 대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ANA 슈퍼앱 서비스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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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간과 기내식 카트 판매는 비항공사업 부문에서 한푼이라도 더 수익을 올리려는 고육책이다. 지난해 ANA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 여객기 28기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항공기 오타쿠(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있는 부품을 따로 떼어내 판매할 계획이다.

ANA 관계자에 따르면 기장석 조종간은 80만엔, 부기장석 조종간은 75만엔에 거래된다. 엔진 추진력을 조정하는 엔진 스로틀 레버는 120만엔에 4대가 판매완료됐다. 조종석(콕픽) 천장의 조작패널은 1개 22만엔, 승무원들이 탑승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때 사용하는 기내식 카트는 11만5000엔에 판매된다.

TV도쿄는 항공기 부품 판매를 통해 ANA가 총 2500만엔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흑자 전환을 위해 ANA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항공업황은 녹록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의 봄철 연휴인 골든위크 기간 동안 ANA의 예약자수는 5만9000명. 지난해보다 9배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40%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번째로 도쿄 등 대도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5월 국내선 항공기 운영률은 당초 예상의 60% 수준이다.

가타노자카 신야 ANA사장이 실적발표 회견에서 올 연말 여객수요가 2019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낙관론을 펼친 것과 달리 지난달 2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선 수요의 회복시점을 2023년말로 예상했다.

지난 3월말 현재 ANA의 부채 규모는 1조6554억엔으로 1년 전보다 8125억엔 늘었다. 자기자본비율은 31.4%로 10%포인트 떨어졌다. 증자 등을 통해 1조1000억엔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추가적인 재무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