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샬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이 미국의 '글로벌 법인세 하한 설정' 제안에 사실상 반감을 드러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노호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협약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일부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건강하고 공정한 세금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당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세제 개혁에 찬성하지만, 향후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일랜드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도노호 장관은 "아일랜드에 다국적 거대 기업들이 들어온 것은 법인세율이 낮아서일 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많이 있다"며 전세계 법인세율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FT는 "도노호 장관의 발언은 세제를 개편하자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이되 향후 저항해나갈 것임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간 법인세 수입에서 20% 가량이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다국적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자회사를 설립할 때 조세피난처로 아일랜드를 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을 21%로 설정하자"며 사실상 전세계 국가들에 법인세 인상을 제안했다. 미국 기업들이 국외로 이탈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날 OECD 회의에서 파스칼 세인트 아만스 조세정책센터 국장은 "세제 평화가 법인세 바닥경쟁을 멈출 것"이라며 "글로벌 법인세를 위한 협상은 이미 되돌리기에 늦었다(too big to fail)"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