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외로 보낼 만큼 코로나19 백신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등에서 '백신 스와프' 구상을 할 정도로 미국의 백신 지원을 원하고 있지만 당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추후 백신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은 열어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해외 공유에 관한 질문에 "현재 진행중"이라며 "지금 해외로 보내기에 충분치 않지만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미 일부 백신을 해외로 보냈다는 그는 "사용하지 않는 백신 중 일부를 어떻게 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비축분 중 400만 도즈를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지원키로 했다. 백신 수급난이 심각해지자 각국은 미국이 보유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다음 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와 백신 스와프를 협의하고 있다. 미국의 남은 백신을 먼저 받고 나중에 갚는 방안이다. 당장 백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한국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무부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탰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백신 스와프'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미국인 백신 접종)이 초점"이라고 했다. 미국 내 상황이 안정돼야 백신 지원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1일 기준 만 18세 이상 성인의 51.5%인 1억3301만명이 한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성인은 33.8%인 8725만5000명에 이른다. 머지않아 백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변곡점에 도달할 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밖의 상황은 다르다. 화이자 백신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짜 백신'까지 유통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멕시코와 폴란드에서 가짜 코로나19 백신 유통사례를 확인했다. 가짜 화이자 백신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멕시코에서 위조라벨을 붙인 1000달러 짜리 가짜 백신을 맞은 사람은 80여명에 이른다. 성분 확인이 안되지만 접종자들은 별다른 건강 문제를 호소하지 않았다. 폴란드산 가짜 백신은 히알루론산 성분으로, 다행히 아무도 맞지 않았다.

앞서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서도 가짜 코로나19 백신 제조 일당이 인터폴에 붙잡혔다. 중국과 남아공 경찰은 지난달 백신 제조공장 등에서 수천개의 가짜 코로나19 백신을 압수하고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에서 온두라스로 향하던 비행기에서는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이 무더기로 나왔다. 백신을 만든 러시아 국부펀드는 이 백신이 가짜라고 했지만 멕시코 당국은 아직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