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연 5000%에 달하는 고리(高利) 사채로 89명을 자살하게 한 조직폭력배가 적발돼 중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북서부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에서 활동하는 조폭 왕타오와 그 일당은 2018년 불법 사채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0여 개 유령회사를 세우고 이페이(YeePay)란 업체와 함께 대출 앱 21개를 출시했다.

조폭들은 언뜻 보기에 요리, 그림, 날씨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앱을 꾸몄다. 그리고 이 앱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했다. 신용상태를 파악해 맞춤형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앱을 통해 대출을 광고했다. 1년 금리가 1300%에서 5215%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안 보이게 하기 위해 담보가 필요없으며 일정 기간 이자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대출할 때 이들 조폭은 원금의 최대 50%를 선이자로 뗐다. 또 만기를 연장하려면 원금의 20~50%를 더 내도록 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겐 자신들이 운영하는 다른 앱을 소개해 ‘돌려막기’를 유도했다. 채무자들은 점점 더 빚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빚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이들 일당은 채무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까지 협박했다. 포토샵으로 편집한 나체 사진을 유포하는 악랄한 수법도 동원했다. 조폭들은 이런 수법으로 39만 명에게 63억위안을 불법으로 대출해줬고 28억위안(약 48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폭력적인 추심 과정에서 8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란저우 경찰은 2019년 253명의 조직원을 체포하고 1317개 불법 대출 앱과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법원은 2020년 9월 주범 왕타오에게 무기징역, 종범 5명에게 20년형을 선고했다. 이런 사실은 최근 법원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