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를 제재하며 보복에 나섰다. 최근 미국이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을 총동원해 중국 압박에 나섰던 터라 중국의 이번 보복 조치로 미·중 갈등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항하는 서방국가 중심의 인프라 계획을 제안했다.
中, 위구르 인권 비판한 美·캐나다 보복 제재…"다음 타깃은 쿼드"

바이든 아픈 곳 찌른 중국

중국 외교부는 지난 27일 신장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거짓말과 허위 정보를 기초로 신장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제재했다는 이유에서다.

게일 맨친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회장과 토니 퍼킨스 부회장, 마이클 총 캐나다 하원의원과 캐나다 의회 내 국제 인권 관련 소위원회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은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되며 중국 국민 및 기관과의 거래도 할 수 없다.

맨친 회장은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의 부인이다.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꼽히는 맨친 의원은 공화당과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맨친 회장을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인 애팔래치아지역위원회 연방공동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등 맨친 의원 포섭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맨친 회장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 미국의 아픈 곳을 찔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영국, EU, 캐나다는 22일 신장지역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 관리와 단체들에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동맹국들이 처음으로 대거 참여한 공동 대응이었다. 이에 중국은 곧바로 EU와 영국 정치인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데 이어 미국과 캐나다로 대상을 확대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미국과 캐나다에까지 보복성 제재에 나선 것은 신장 문제를 양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중국의 다음 제재 대상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돼 있다.

美, 민주주의 국가 인프라 계획 제안

중국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고립돼 있는 이란과 향후 25년 동안 포괄적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7일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중국은 이란의 에너지·인프라에 투자하고,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인프라 계획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지역들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무역 수장인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8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관세를 지렛대에 비유하며 “협상가라면 지렛대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에 대중국 관세가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타이 대표는 “관세 철회가 경제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대미 수출 중 75%에 해당하는 연 37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 중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대만은 25일 해경 분야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중국은 26일 역대 최대 규모인 군용기 20대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미 NBC방송은 데이비드 오크매넥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미국이 자주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국이 전함과 전투기, 순항·탄도미사일 등에 대거 투자한 결과 미국의 우위를 약화할 정도로 군사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강현우/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