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커피 원두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커피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이 심각한 해외 물류난을 겪고 있는 탓이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브라질과 베트남은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의 각각 37%, 17%를 차지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커피 C선물은 장중 파운드(0.45㎏)당 127달러 선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말 저점 대비 약 24% 올랐다. 아라비카 커피콩 기반인 커피 C선물은 국제 커피 가격의 기준물로 통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선 커피 원두 재고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의 커피콩 재고량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의 커피콩 재고도 빠듯하다.

미국은 브라질 내 물류 병목현상으로 인해 커피콩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중남미 최대 항구인 브라질 산토스항에선 최근 웃돈을 주고도 수출용 컨테이너선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목재펄프, 설탕, 대두 등 브라질산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곳곳 항구에서 검역 절차가 길어진 것도 물류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컨테이너선이 짐을 내리고 다른 상품을 바꿔 싣는 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유럽은 주요 커피 수입 길목인 수에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커피 공급망이 악화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커피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달리 주로 베트남산 로부스타 커피를 원료로 이용한다. 일부는 동아프리카산 커피 원두도 쓴다.

문제는 베트남산과 동아프리카산 모두 수에즈운하를 통해 수입한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면서 수에즈운하가 막혀 기업들이 물건을 언제 받을지 불투명해졌다.

커피업계 컨설팅기업 JL커피컨설팅의 얀 루만 창립자는 "당장 수에즈운하 통항이 재개된다 쳐도 이미 상당한 공급망 충격이 가해진 상태라 회복까지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의 커피콩 재고가 줄어들면서 현물시장에서 커피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생산지인 베트남에선 판로가 막혀 커피콩 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기업들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곳에서 커피를 새로 수입하기도 힘들다. 원산지가 다른 커피콩을 쓰면 기존 제품과 맛이 달라져서다.

스위스 무역 기업 수카피나의 라파엘레 헤머린 물류책임은 “커피 기업들의 커피콩 예비 재고가 매우 적다”며 “이 같은 사태가 2주만 더 이어져도 각 기업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커피 기업은 원두에 따라 고유한 로스팅 기법을 두고 있다"며 "이를 바꾸는 것도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