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긴축 모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유동성 공급 여지가 남아 있다"며 갑작스런 정책 전환은 없을 것이란 점을 또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22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과 같이 1년 만기 연 3.85%, 5년 만기는 연 4.6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4월 각각 0.2%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이달까지 11월 연속 동결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2019년 8월부터 LPR을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하고 있다. LPR은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로서 매달 20일께 공표된다.

중국이 지난 11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재정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놓는 등 긴축 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풀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등에서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는 진단도 커지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시험실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가계·기업·정부, 금융업은 제외)비율은 지난해 말 270.1%로 1년 전 대비 25%포인트나 치솟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5.8%에서 62.2%로, 기업부채 비율은 155.6%에서 162.3%로 각각 뛰었다.

인민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 갑작스런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 20일 국무원 개발연구재단이 주최한 중국발전포럼에서 "중국은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유동성을 공급할 여유가 남아있다"며 급격한 유동성 축소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무원은 중국의 행정부이며, 인민은행은 국무원을 구성하는 부처 중 하나다. 대부분 국가들이 중앙은행에 어느정도 독립성을 주는 것과 중국이 다른 부분이다.

시장에선 중국 경제 회복세를 볼 때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조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2명을 교체한 것도 재정·금융정책 전환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임기가 종료된 기존 위원 자리에 차이펑 중국사회과학원 이코노미스트와 왕이밍 중국국제경제·외환센터 부소장 등 2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왕 부소장은 중국발전포럼에서 "경제 회복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집중적 재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5년간 평균 5~5.5%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