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와 뉴욕 인근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아시아계를 노린 ‘혐오 범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차이나타운에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약 200명이 모인 집회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시위대는 '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s)',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StopAsianHate!)' 등의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한 외신사진에서는 한글로 적은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지킨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뉴욕에서 아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퀸스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200명가량이 모여 '증오를 멈추라'는 구호를 외치며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에 항의했다.

앞서 지난 16일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에서 총격을 가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애틀랜타 경찰은 총격 사건 하루 만인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을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범행 동기가 ‘성 중독’일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용의자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 성 중독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지만 그런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반면 아시아계 단체 등은 사건 사망자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란 점을 들어 인종 범죄, 증오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지도자와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기부양 예산안이 의회에서 처리된 뒤 전염병 대유행 극복 의지와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미리 잡아둔 일정이었다. 다만 총격 사건 후 간담회 일정이 긴급히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