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가 선전시정부와 합작사를 세우고 선전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정부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SMIC는 전날 선전시정부와 함께 자본금 23억5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의 자회사 SMIC선전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SMIC선전은 선전에 300㎜짜리 웨이퍼를 월 4만 장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선전 공장은 SMIC의 현 주력 공정인 28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의 웨이퍼는 크게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200㎜와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300㎜로 구분된다. 300㎜ 웨이퍼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초미세공정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SMIC는 14㎚ 공정까지 상용화했으며 기존에 운영 중인 선전의 200㎜ 웨이퍼 공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SMIC 측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로 주력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상태”라며 “반도체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라고 신규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SMIC선전의 지분율은 SMIC 55%, 선전시가 23%로 책정됐다. 외부 투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확보할 계획이다.

SMIC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미국 제재로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와 부품을 살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10㎚ 이하 최첨단 공정 개발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다만 SMIC가 최근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과 장비 공급 계약을 1년 연장하고, 중국반도체산업협회가 미국반도체산업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미국의 제재가 다소 풀리는 듯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SMIC는 지난해 베이징시와 함께 자본금 50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MIC의 본사가 있는 상하이시도 올해 12㎚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는데, 업계는 이 역시 SMIC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