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50대 엄마가 고등학생 딸 친구들에게 특정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만든 가짜 영상물인 '딥페이크'로 만든 영상을 유포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 지방검찰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라파엘라 스포네(50)를 아동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 등 사이버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애 따르면 스포네는 지난해 7~8월 딸의 치어리딩 팀 소속 친구들과 감독·코치 등에게 익명으로 음란 영상물을 지속 전송했다. 영상 속 여성들은 비키니 차림으로 술과 마약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 뿐만 아니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팀을 탈퇴하라는 협박 메시지도 수시로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 불링이 계속되자 피해 학생과 부모들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분석 결과 해당 영상은 모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짜로 확인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IP 주소 추적 등을 통해 스포네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스포네는 지난 4일 체포됐지만, 범행 동기에선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다만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필라델피아 지역 신문인 인콰이어러에 "스포네의 딸과 어울리지 말라고 말한 뒤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피해학생들의 부모들은 이 영상 때문에 아이들이 팀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웠다고도 했다.

치어리딩 팀 관계자는 "우리는 엄격한 괴롭힘 방지 정책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 내부 조사를 진행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체육관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그간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상대로 악용됐던 딥페이크 기술이 일반인, 그것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우려가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를 맡은 매튜 와인트라우브 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성인이 청소년을 상대로 저지른 첫 번째 사이버 블링 사례다"며 "이번 사건은 또래 친구 사이에서의 사이버 블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청소년 사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스포네가 만든 가짜 영상이 성범죄물로 인정받지 않는 이상 형량이 가벼울 텐데,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상의 사생활 보호를 연구하는 버지니아대학교 법학 교수는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표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