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독일 뮌헨에 새 반도체 칩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독일에 3년간 10억유로를 쏟아붓는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CNBC에 따르면 애플은 뮌헨 중심부인 카를 스트라스에 3만㎡ 규모의 '유럽 실리콘 디자인 센터'를 짓고, 내년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애플은 이 시설을 모바일 무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유럽 최대의 R&D 시설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ARM과 NXP가 각각 영국 케임브리지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운영하는 R&D센터처럼 만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애플의 이번 발표가 세계 산업계가 반도체 품귀 현상에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가전 업계 등은 극심한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도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칩은 노트북과 휴대폰, 자동차 브레이크 센서 등 대부분 전자 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애플은 엔지니어들이 새 R&D 센터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미래형 무선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제품에 장착되는 모뎀 개발도 이뤄질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독일에서 7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직원 규모는 4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약 1500명이 엔지니어다. 애플의 독일 엔지니어들은 전력 관리 설계, 응용 프로세서, 무선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M1' 칩을 활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등의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뮌헨은 지난 40년간 애플의 핵심 본거지 중 하나였다"며 "독일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함께 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투자자인 네이선 베니치는 "새 반도체 R&D센터 설립은 파격적인 행보"라며 "애플은 수직적 통합을 통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를 정확하게 설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