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멕시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요청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측의 백신 요청과 관련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정부는 모든 미국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한 후에 추후 단계를 기꺼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백신과 관련해 우리가 이미 전달한 요청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세 번째로 많다. 지난해 12월 미국 화이자 백신을 시작으로 여러 백신을 도입하고 있지만 물량 부족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은 2% 수준에 그친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요청은 미국이 보유한 백신 일부를 멕시코에 나눠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간 선진국의 백신 사재기를 비판해왔다. 국경을 맞댄 미국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을 유럽에서 소량씩 들여와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미국·멕시코 정상의 회담에선 이민과 무역, 에너지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와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노동하는 프로그램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