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회가 세계 최초로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디지털 플랫폼 회사와 뉴스 제공업체가 사용료 협상을 벌이도록 촉진하고, 협상에 실패하면 구속력 있는 조정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25일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이란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은 사실상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과 뉴스 제공사가 협상에 실패했을 때 마련되는 조정위원회는 호주 정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법안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선정 알고리즘을 바꾸면 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그동안 법안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구글은 최근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등과 사용료 계약을 맺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 중단을 발표한 페이스북은 지난 23일 호주 정부와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대신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수정된 법안에는 정부가 법 적용 대상을 선정할 때 ‘해당 디지털 플랫폼이 미디어 기업과 뉴스 사용료 합의를 맺어 호주 뉴스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는지’를 고려하도록 했다. 이런 기업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따라서 구글, 페이스북 등이 미디어 기업과 개별적으로 사용료 합의를 체결하는 방법 등으로 법안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호주 미디어 업체 세븐웨스트미디어와 뉴스 이용 계약을 맺었고, 다른 미디어 기업과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에는 앞으로 3년간 뉴스 콘텐츠 확보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법 시행 1년간 계도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폴 플레처 호주 통신장관은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조치로 영국, 캐나다 등 비슷한 법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