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에 따라 요금 변동 탓
kWh당 9弗…최고 75배 껑충

美 "연방정부 예산 신속 투입"
최악의 한파 피해를 입은 미국 텍사스 주민들이 이번엔 ‘폭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텍사스주 알링턴에 사는 타이 윌리엄스 씨는 집과 게스트하우스, 사무실을 합쳐 매달 평균 660달러의 전기요금을 내왔지만 이번 한파로 1만7000달러(약 1881만원)짜리 고지서를 받았다고 지역 방송인 WFAA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겨울 폭풍 기간 중 전기를 아껴 쓰려 노력했는데도 터무니없는 요금이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댈러스 인근에서 방 3개짜리 주택에 거주하는 로이스 피어스 부부도 1만달러의 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평소 200달러 이하의 요금을 내다 이번에 6000~7000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아 쥔 주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탄 고지서를 받은 주민들은 모두 민간 전력회사(그리디)의 변동요금제를 쓰고 있다.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요금이 바뀌는 구조란 얘기다. 평소 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12센트 정도였는데, 지난주엔 최고 9달러로 75배 뛰었다는 게 전력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례없는 이상 한파 속에서 수차례 정전이 발생했을 정도로 전력 공급이 달려서다.

민원이 빗발치자 텍사스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한파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터무니없는 요금까지 내야 하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파로 미국 전역에서 60여 명이 숨진 가운데 텍사스에서만 2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 전역의 발전소가 다시 가동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20만여 가구는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식수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당국은 1300만여 명에게 수돗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끓여 마실 것을 권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 예산을 신속히 투입하기로 했다. 이재민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는 한편 주택 수리 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대통령이 직접 텍사스를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파가 누그러지면서 미국 최대 규모인 텍사스의 석유시설은 일제히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2.1%(1.28달러) 하락한 59.24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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