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로고 앞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도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로고 앞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도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올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취소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을 상대로 '대체 개최지'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플로리다주 최고재정관리관(CFO)실에 따르면 지미 파트로니스 CFO는 25일(현지시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2021년 올림픽 개최지를 도쿄에서 미국, 구체적으로 플로리다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파트로니스 CFO는 해당 서한에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올림픽 취소를 결정했다'는 최근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아직 플로리다에 개최지 선정팀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며 "플로리다에 홍보 기회를 준다면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파트로니스는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미국 대부분 지역의 경제활동이 중단됐을 때도 플로리다주에선 방역조치와 경제활동이 병행됐다"면서 "이종격투기(UFC)와 프로농구(NBA)·프로풋볼(NFL) 등의 경기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소개했다.

파트로니스는 또 현재 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사실도 플로리다주의 '강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디즈니월드(올랜도 소재)와 같은 테마파크 역시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가 올림픽 대체 개최지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일본 내 여론이 좋지 않아서다. 26일 산케이신문이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 23~24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55.4%의 응답자는 "중지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28.7%는 "다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총 84.1%의 응답자가 올림픽 개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해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률은 15.5%에 그쳤다.

앞서 전날 25일 발표된 아사히 신문의 여론조사(23~24일) 결과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재연기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51%,"중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5%로, 86%가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1일 영국 더 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일본 여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매체는 일본 정부가 2032년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지미 파트로니스 미국 플로리다주 최고재정관리관(CFO) [사진=파트로니스 트위터]
지미 파트로니스 미국 플로리다주 최고재정관리관(CFO) [사진=파트로니스 트위터]
현실적으로 플로리다가 올림픽 대체지로 선정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제통계 웹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한국시간 26일 오전 11시39분 현재까지 플로리다주에선 165만816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돼 미국 내 50개주 가운데 캘리포니아·텍사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또 플로리다의 코로나19 사망자는 뉴욕과 캘리포니아·텍사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만5446명이다. 숫자만 봤을 땐 플로리다주 또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파트로니스는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어떤 예방조치가 필요한지를 파악해 이행토록 하겠다"며 IOC 측에 거듭 "연락 달라"고 요청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