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좀…" 다급한 미·일·독 정부, 대만에 이례적 'SOS'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회사(파운드리) TSMC와 UMC가 있는 대만 정부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차량용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부족해진 작년 말부터 여러 나라로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반도체 공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요국들이 제조업의 소재 및 부품 부족을 이유로 특정 국가에 증산을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대만의 담당 부처인 경제부는 이미 자국 반도체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를 서둘러 증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파운드리 1,3위 기업인 TSMC와 UM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4%와 7%에 달한다. TSMC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와 삼성전자도 주요 제조국들로부터 반도체 증산을 요청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의 17%를 점유한 2위 파운드리 업체다. 다만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많이 생산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품귀현상이 심각해지면서 2, 3위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일본 르네사스 등은 자동체 업체들에 납품가격을 10~20%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PC의 전원관리용 반도체와 게임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마찰로 미국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제재한 것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을 불러온 요인으로 꼽힌다. SMIC는 첨단 기술을 필요로하지 않는 자동차와 가전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해 왔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3사와 독일 폭스바겐, 미국 포드모터스 등 주요 자동체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감산 등 생산조정에 들어갔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올 상반기 감산규모가 150만여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의 증산요청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이 적고,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즉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업체들이 증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이 적어도 수개월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