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바이두가 홍콩증시 2차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다. 미국의 제재가 확산되기 전에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투자 제한'에서 '보유 주식 매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는 최근 홍콩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CLSA와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상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IPO로 조달하려는 자금은 현 시가총액 695억달러의 5~9%로 35억달러 이상으로 잡았다.

바이두는 2019년부터 홍콩 2차상장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가 중국의 3대 통신사의 상장 폐지에 나서는 등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 홍콩증시에 잇달아 입성하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2018년 6월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면서 문호를 넓혔다. 현재 알리바바, 징둥, 넷이즈 등이 뉴욕과 홍콩에 동시 상장돼 있다. 뉴욕증시에는 중국기업 230개가 상장돼 있으며 전체 시총의 3%가량을 차지한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외국기업문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 상장한 외국기업이 3년 연속 미국 회계감독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그동안 중국기업들은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중국 회계감독만 통과하면 미국에 상장할 수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군 소유 또는 지배 기업'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행정명령은 미국인·미국기업의 신규 투자 금지였으나, 이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까지 매각하는 것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시한은 기존 행정명령 발효 1년이 되는 오는 11월이다.

이 리스트에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핵심 기업인 중신궈지(SMIC) 등 35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거대 플랫폼 기업도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