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경험 있는 이스라엘, 전시상황처럼 백신 보급"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생명 연장카드'…보급 노력

이스라엘이 오는 4월 초까지 전국민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보건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2주만에 전국민의 약 11.8%인 110만여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오는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앞서 이달 말까지는 누적 기준 백신 접종자 수를 200만명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의 작년 말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구는 929만명이다. 유엔이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 동예루살렘 일대 등을 포함한 수치라 대부분 국제 통계에선 이스라엘 인구를 890만~900만명 선으로 추산한다.

이스라엘은 이달 말까지 의료진과 고령군 등에 대해선 아예 2차접종까지 끝내는게 목표다. 헤지 리바이 이스라엘 보건부 국장은 이날 현지 공영방송 KAN과의 인터뷰에서 "1월 말까지 보건의료 종사자와 60세 이상 고령자는 2차접종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리서치 그룹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이스라엘은 인구 100명당 12.59명에게 백신을 접종해 백신 보급률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백신 접종률이 인구의 1%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0일 60세 이상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접종 시작은 영국보다 12일, 미국보다 6일 늦었으나 인구 대비 접종률이 크게 높다. 접종 돌입 9일만에 백신을 맞은 이가 50만명을, 14일만에는 100만명을 넘었다.

당국이 의무 공급 백신 수를 줄이고 대신 자발적 접종 신청자에게 접종 기회를 늘리면서 접종인구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60대 이상 고령자 중 백신을 맞은 인구는 40%에 이른다.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센터에서 미생물학·전염병을 담당하는 알론 모세스 교수는 "이스라엘은 전쟁 경험이 있고, 백신 접종도 전시 상황처럼 이뤄지고 있다"며 "적(코로나19 사태)이 있으니 적절한 탄약을 확보하고, 이를 신속히 전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백신 보급 속도가 높은 데엔 정치적 이유도 있다. 자국 정계에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백신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주간 정치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수차례 꼽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경제타격, 연이은 연립정부(연정)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아이리시타임즈는 "백신 접종이 여론 분위기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 네타냐후 총리가 백신 도입 초기부터 직접 나서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연정 내각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건을 관리하면 백신 문제가 '정치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연정 내각의 개입을 차단했다. 지난달 19일엔 이스라엘 1호 접종자로 나서 자신이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기준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3만4799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6289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누적 사망자는 3392명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