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패권을 좌우할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결선투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박빙의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상원을 장악할 경우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 등 증세 공약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가는 공화, 여론은 민주…美 상원선거 '초박빙'
현재 미 연방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석의 향배는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확정된다.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조지아주도 지난해 11월 3일 대선 때 상원 선거를 함께 치렀지만 과반 득표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주법에 따라 5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공화당은 조지아주에 걸린 상원의원 2석 중 최소 1석만 확보해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2석을 모두 내주면 상원 권력이 민주당으로 교체된다. 민주당이 조지아주의 2석을 모두 차지하면 상원 의석수는 50 대 50으로 같아지지만, 상원 의장을 맡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차기 부통령이 민주당 소속의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조지아주를 직접 방문해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이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프리딕트 잇(Predict It)’은 2일 현재 공화당의 상원 수성 확률을 63%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분위기는 다르다. 조지아주에 걸린 2석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정치분석 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민주당 래피얼 워녹 후보(49.8%)는 공화당 켈리 레플러(48.0%)에게 1.8%포인트 차 우세를 보이고 있다. 또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49.3%)와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후보(48.5%)의 대결에선 민주당이 0.8%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민주당이 조지아주에 걸려 있는 상원의원 2석을 모두 가져가 상원 주도권을 쥐게 되면 법인세 인상, 고소득층 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이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시장에선 ‘백악관과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으로 권력이 분할되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증세 공약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난해 뉴욕증시가 급등한 데는 이런 전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실제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가 월가의 예상을 빗나가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상장기업들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다. 마켓워치는 “법인세 인상 위험은 내년 기업 수익이 (대폭) 반등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를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고강도 경기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뉴욕증시에 호재다. 미 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9000억달러 규모의 5차 부양책을 긴급 편성했다.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공화당은 5000억달러 규모를 주장하며 대립한 끝에 찾은 절충안이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하면 추가 부양책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9000억달러 부양책을 ‘착수금’이라고 규정하며 20일 취임 이후 추가 부양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