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도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시해야 할 전망이다. 2050년 탈(脫)석탄 사회 실현을 내건 일본 정부가 3경원이 넘는 글로벌 ‘녹색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어서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의 ESG 경영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각 기업의 ESG 대응과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시 방법을 마련해 내년 여름 확정하는 국가 성장전략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기업이 ESG를 고려한 조직을 신설·운영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냈는지 측정하는 지표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 영국의 사례와 국제금융 협의체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CFD)’가 제시한 기준을 참고할 방침이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지구 온난화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위기관리 방안, 기업 지배구조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뉴질랜드도 지난 9월 TCFD의 기준을 적용한 ESG 공시를 기업과 금융회사에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ESG 공시를 의무화하려는 건 세계 녹색투자자금을 일본으로 끌어들여 탈석탄 사회 실현의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탈석탄 사회 정책을 경제성장의 계기로 삼기 위해 자국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재촉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명하게 ESG 경영상황을 공시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려들어 탈석탄 관련 기술 개발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18년 말 ESG 투자 잔액은 30조7000억달러(약 3경3755조원)로 2년 만에 30% 늘었다. 이 가운데 일본으로 유입된 자금은 약 2조달러로 전체의 6.5%에 그쳤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스가 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녹색투자자금을 일본으로 끌어들여 고용 증대와 경제성장으로 연결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녹색 국내총생산(GDP)’과 같이 환경 요인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지표도 만들 방침이다. 지난 9월에는 게이단렌과 ‘ESG 금융’ 지원도 합의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