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종목의 시가총액이 역대 처음으로 100조달러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대규모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인 퀵 팩트셋에 따르면 세계 상장주 시총은 지난 18일 기준 100조1872억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말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퀵 팩트셋은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팩트셋과 일본 니혼게이자이그룹이 합작 설립한 회사다.

세계 시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올해 세계 명목총생산(83조달러)을 20% 이상 웃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선언이 나왔던 3월(59조달러)과 비교하면 69% 급증했다.

올해 상승률 1위 업종은 소프트웨어 등 기술 서비스였다. 1년 새 57% 뛰었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한 자동차와 게임 관련 호재가 이어진 내구소비재 시총이 각각 47% 늘어 뒤를 이었다. 헬스케어 관련 주식의 시총도 28% 증가했다.

반면 에너지 업종의 시총은 17% 감소했다. 실물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위축된 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하는 경향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떨어진 금융 업종도 5% 하락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시총이 21% 늘어난 42조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시총은 48% 급증하며 9조달러를 돌파했다. 일본은 10%, 유럽은 6% 증가했다. 시총 10억달러 이상인 기업 중에선 코로나19 치료제 제약사인 스위스 릴리프세러퓨틱스가 635배 폭증했다. 세계에서 시총이 가장 큰 미국 애플은 65% 증가해 유일하게 2조달러 벽을 넘었다. 중국 기업 중에선 텐센트가 56%, 알리바바가 25% 시총을 불렸다.

올해 미·중 갈등이 고조됐는데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조달한 자금은 사상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털이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올 들어 뉴욕증시에서 30차례 기업공개(IPO)를 통해 117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알리바바 등 16개 기업이 257달러를 모집한 2014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뉴욕증시 상장사 중엔 핀테크 업체인 루팩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키, 식료품 배달업체 다다, 전기차 스타트업 엑스펭 및 리오토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1억달러 이상 자금을 조달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81%에 달했다. 하지만 루시싱커피, 피닉스트리 등 일부 중국 기업들은 부실 회계 파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