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경제가 올해보다 최고 4%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보복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돼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6개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8%(중간값 기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3.6%로 부진하겠지만 내년 급반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2000년(4.1%) 이후 21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미 경제성장률을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2%로 예상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내년에도 중앙은행(Fed)의 장기 목표치(2.0%)를 줄곧 밑돌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물가상승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예상치(1.6%)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10월의 물가상승률은 평균 1.2%에 머물렀다.

Fed는 지난 8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물가가 목표를 일시 초과하더라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가가 내년 말에도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는 건 중·장기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욱 낮다는 뜻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대량 보급되기 어려운 내년 봄까지는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재계 및 학계 전문가 63명을 대상으로 월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미국 성장률을 1.9%(연율 기준)로 예측했다. 지난달 예상치(3.3%) 대비 1.4%포인트 낮춘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봉쇄지역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당초 내년 1분기 월평균 44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봤으나 이번엔 월 29만5000개 증가로 낮춰 잡았다. 그레고리 데이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신 지표들은 내년 초 보건 위기가 악화하고 고용률은 떨어지며 소비 역시 위축될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대량 보급되는 내년 2분기엔 4.2%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조사 때(3.6%)보다 0.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버나드 보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분기엔 코로나19 악몽이 끝나면서 폭발적인 소비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