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CNBC는 시장은 옐런 전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 된다면 정치보다는 경제 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리란 점에서 시장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이었던 옐런 전 의장이 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면 전례 없는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실업자가 폭증하고 정부 지출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아이언사이즈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리서치 책임자 배리 크냅은 "바이든이 좌파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경제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옐런 전 의장은 매우 진지한 경제학자"라고 평가했다.

옐런 전 의장 낙점설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금융주가 특히 선전했다.

투자사 레이먼드 제임스의 워싱턴 정책 분석가 에드 밀스는 "전반적으로 덜 당파적이고 경제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추며 시장이 편안해하는 사람"이라고 봤다.

MUFG 유니언 뱅크의 수석금융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럽키는 노동경제학자인 옐런 전 의장이 특히 높은 실업률 문제에 직면한 경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봤다. 럽키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중앙은행으로 가져온 게 옐런 전 의장"이라며 "포용적 성장과 소득 불평등 문제는 그의 감독하에서 시작된 이슈"라고 밝혔다.

한편 뉴욕시 브루클린 태생인 옐런 전 의장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명 노동 경제학자다.

하버드대 조교수, 연준 이사회 이코노미스트, 런던정경대 강사를 거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활동한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7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뒤 연준 부의장을 거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2014년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미 통화정책을 지휘한 그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노동시장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4년의 재임 기간에 기준금리를 5번밖에 올리지 않았고, 임기 말에서야 비로소 금융위기 시절 양적완화에 따라 연준이 매입한 4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2018년 임기를 마친 옐런 전 의장은 연임을 희망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앉히면서 단임으로 물러나야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