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하락세를 탔던 목재 가격은 재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웠던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주택 공사와 개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근월물인 내년 1월 목재 선물은 1000보드피트(bf)당 630.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4월 1일(284.60달러)에 비하면 두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금값 상승세(17.4%)보다 훨씬 높다.

목재 가격은 지난 9월 말 1000보드피트당 950달러 선까지 역대 최고치를 냈다. 이후 9월말 480달러선까지 밀렸다가 다시 회복세다.
코로나가 몰고온 美 주택시장 특수…목재값이 금값보다 더 올랐다 [원자재포커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목재 선물가격은 이달 들어 27% 급등했다. 같은 기간 통상 목재 가격이 상승했다가도 겨울을 앞두고는 상승세가 둔화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미국 최대 민간 삼림지 소유 기업인 와이어하우저의 데빈 스톡피쉬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목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재고가 적은 반면 건설업자나 주택 개조업자들의 수요는 강하다”며 “건축업자들은 날이 더 추워져 공사가 어려워지기 전에 가능한 많이 집을 지어두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 대비 4.9% 늘어난 153만건(연율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월 157만건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시장전망치(146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존 주택 매매량은 전월보다 4.3%(연율 기준) 증가한 685만건으로 2006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교외에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신규주택 착공이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신규주택 착공건수 중 대부분인 117만9000건을 단독주택이 차지했다.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월대비로는 6.4%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는 것도 주택 수요가 늘어난 이유다.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대출 금리는 2.78%다. 지난 8~9월만해도 3%초반이었으나 더 낮아졌다. 대부분 주(州)에서 주택 건설업이 필수업종으로 분류돼 코로나19 관련 봉쇄조치에서 제외된 것도 목재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틀어박히게 된 이들이 집 수리·개조에 나선 것도 목재 수요가 증가한 이유다. WSJ에 따르면 통상 목재 소비량의 40%가 주택 수리·개조 시장에서 쓰인다.

인테리어용품 소매기업인 홈디포와 로우즈는 3분기 매출이 각각 전년대비 24%, 30% 올랐다고 발표했다. 양사 모두 개인소비자에 대한 목재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빈 엘리슨 로우즈 CEO는 “당국의 재택 권장 조치가 잇따르면서 집에 홈스쿨과 홈오피스를 마련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집이 일, 학습, 놀이 등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부상해 각종 개조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