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맞은 항공기업 등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섰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중간결과 발표로 투자심리가 좋아지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거나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등장으로 코로나19 피해기업들의 주가 반등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수요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미 크루즈 운영기업인 카니발은 이날 15억달러(약 1조67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 증시에서 12~13달러를 오가고 있던 카니발 주가는 9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간결과 발표에 힘입어 이날 19.25달러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에는 전날보다 13.09% 하락한 16.73달러까지 주가가 밀렸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같은날 5억달러(약 55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6억유로(약 79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루프트한자의 CB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발행규모를 늘려잡았다.

이들 기업이 일제히 자금조달에 나선 이유는 주가 상승 때문이다. 유상증자 발행가격 등의 기준가격은 최근 주가이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수록 주식을 적당량 발행해서 원하는 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앞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어나면 투자자들도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투자금 모집도 수월하다.

브래드 밀러 UBS 미국 주식발행시장 공동대표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은 앞으로 정상화하기까지 2분기 가량 걸릴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지금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영하 70도에서 운송 및 보관돼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지니고 있고,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야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점이 변수다. 9일 급등했던 코로나19 피해기업들의 주가는 10일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