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0%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화이자를 비롯한 개발 마지막 단계에 진입한 코로나19 백신들은 신속한 속도로 대규모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16∼85세 인구를 대상으로 미국 보건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이자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해 백신 접종이 가장 절실한 노령층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검증되지 않았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오스트롬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화이자 백신 연구가 입증한 게 무엇인지 어떤 정의를 내리기에도 아직 진짜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90% 증상 감축이란 헤드라인이 화려하지만 어떤 증세가 예방되는지, 노령층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화이자 백신이 고령자들에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처럼 노령층에 효과가 나타난 다른 제약사들의 백신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접종이 진행되더라도 항체의 지속 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백신의 사회적 파급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코로나19 항체가 3가지이며 가장 오래 지속하는 게 4개월 정도라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은 증상을 억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염까지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문제다. 항체 지속기간과 전염 억제력은 방역규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직결돼 보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일상이 팬데믹 전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질병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파를 억제하기에 충분할 만큼 대중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일상이 팬데믹 전으로 돌아오기까지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로이 앤더슨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화이자 발표처럼 접종자 90%가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집단면역에 이르려면 인구의 최소 4분의 3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단면역은 특정 집단의 상당수가 면역을 지녀 바이러스의 확산이 차단되면서 면역력이 없는 구성원까지도 덩달아 보호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백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앤더슨 교수는 "백신 효과가 좋더라도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추가 봉쇄조치는 내년 초까지 도입될 것이며 2022년에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백신의 효과가 화이자의 발표보다 낮은 80% 아래로 떨어진다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가 접종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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