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예루살렘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예루살렘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8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선언 후 약 12시간 만에 동맹국으로선 다소 늦게 인사를 전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 "바이든과 해리스 축하…함께 일하기를 고대"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거의 40년 동안 오래되고 따뜻한 개인적 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러분이 이스라엘의 훌륭한 친구라는 것을 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보여준 우정에 대해 감사한다"고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물꼬를 트자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빗발쳤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당선된 우리의 친구 조 바이든에게 축복을 보낸다. 당신은 이스라엘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협력자"라고 밝혔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왔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이자 오랜 지지자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위터
사진 출처=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위터

트럼프 '친이스라엘 정책'바이든 정부서 사라질까 '안절부절'

이스라엘이 타국에 비해 바이든 당선인을 향한 축하 메시지를 늦게 발표한 것은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6년 대선 직후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축하 영상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조심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 추진한 이스라엘과 중동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 계획인 '아브라함 협정' 지속 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성급한 행동이 자칫 외교 관계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간 미국 내 유대계 인사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골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왔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제러드 쿠슈너가 직접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 수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 관계 속에 실각 위기를 넘기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등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정책을 펴면서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하게 된 것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벌써 미국이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정권 교체가 확정된 만큼 바이든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 상황임을 의식한 네타냐후 총리실은 집권 리쿠드 당 관계자들에게 "이스라엘은 미국 공화당 정부와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 정부와도 협력해 일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