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이에 낀 HSBC 또 악재…中 국채판매권 박탈
중국이 영국계 글로벌은행 HSBC을 중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 은행에서 제외했다. HSBC는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 예민한 정치적 사안을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양쪽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중국의 달러화 표시 국채를 판매하는 13개 은행 명단에서 HSBC를 빼고 대신 씨티그룹을 추가했다.

HSBC는 중국이 2017년 달러화 채권 발행을 재개한 이래 계속 판매은행 지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재정부가 자국 국영은행 네 곳과 외국계은행 9곳에 달러화 국채 판매권을 위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HSBC가 이번 중국 국채판매 은행 명단에서 빠진 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도 "HSBC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언론들은 HSBC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협조했다는 점, 홍콩보안법을 발빠르게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BC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끼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출구조와 주주 구성 등이 미국·영국 등 서방계, 중국·홍콩 등 아시아계 절반씩으로 나뉘어 있어 미중 갈등 여파를 크게 겪고 있다.
美·中 사이에 낀 HSBC 또 악재…中 국채판매권 박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달 19일 “HSBC가 중국 정부가 작성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엔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과 불법 자금거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HSBC 주가가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환구시보는 지난 5월 말엔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을 앞둔고 “HSBC가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HSBC가 홍콩보안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내놓지 않자 내놓은 압박이었다.

HSBC가 홍콩보안법 지지를 공식 표명했지만 이후 문제는 더 꼬였다. 환구시보는 자국 인사들을 인용해 “HSBC의 입장이 너무 늦게 나왔다”며 “앞으로 구체적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론했다.

HSBC는 미국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HSBC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에게 계속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HSBC가 중국 당국의 홍콩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월엔 “HSBC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데, 이렇게 비굴한 일을 해봤자 중국 정부의 존중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맹비난을 쏟아냈다.
美·中 사이에 낀 HSBC 또 악재…中 국채판매권 박탈
이날 홍콩증시에서 HSBC 주가는 장중 3% 이상 밀렸다. 한국시간 오후 3시 기준 주가는 주당 30.55홍콩달러로 전일대비 2.86% 낮다. HSBC는 올들어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반토막났다. 이중 상장된 영국 런던 증시에선 약 48% 하락했다.

올해 중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 규모는 작년과 같은 60억달러(약 6조8800억원)일 전망이다. 중국은 2017년 달러화 표시 채권 20억달러어치를, 2018년엔 30억달러어치를 팔았다. 작년엔 처음으로 유로화 표시 채권 40억유로 어치를 발행했다. 당시 유로화 채권 판매를 담당한 은행 중엔 HSBC도 있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