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다음달 3일 미국 대선 전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불만을 표하던 백악관도 결국 동의했다.

FDA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3상 시험이 종료된 뒤 두 달 동안 참가자들을 추적 관찰해야 긴급사용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임상3상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의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FDA는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 기간이 6주라고 주장해왔다.

FDA의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첫 긴급사용 승인 사례가 나오는 시기는 일러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임상3상 참가자 4만4000명 중 절반가량이 지난달 말에야 접종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뒤를 이어 모더나가 임상3상을 하고 있다.

백악관과 FDA는 새로운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둘러싸고 2주가량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과 관리예산실(OMB)이 기준 승인을 거부했지만 FDA의 승리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대선 전 긴급사용 승인이 나길 바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FDA의 새 규정 탓에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사용이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FDA는 긴급사용 승인의 또 다른 기준으로 위약 투약 집단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한 집단의 코로나19 감염률이 50% 이상 낮아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FDA는 정치적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이 섣불리 이뤄진다면 막상 미국인이 접종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