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다시 급격히 확산하자 영국 정부가 두 번째 봉쇄령 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프랑스에선 연일 최대 신규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독일도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등 제2의 팬데믹(대유행) 상황에 놓였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를 찾은 자리에서 “영국은 코로나19 ‘제2의 확산(second wave)’을 겪고 있다”면서 “확산세를 늦추기 위해 전면적인 봉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제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 때문에 국가 전면 봉쇄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4322명으로 5월 초 이후 가장 많았다. 존슨 총리는 “현재 상황을 보면 ‘6명 이상 모임 금지’보다 더 엄격하게 나가야 하는 것 같다”면서 추가 제한조치 도입을 시사했다. 지난주 맷 핸콕 보건장관은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및 지방의회 간부들과 회담을 열고 봉쇄령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논의했다.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은 “전국에 봉쇄령을 발령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2주간 국가 셧다운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또 자가격리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에겐 최대 1만파운드(약 15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영국에선 증상이 있거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프랑스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일 1만593명이 발생해 하루 만에 다시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루 사망자는 123명으로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제2의 팬데믹에 접어들었다”면서 “제2의 전면 봉쇄를 통해 최근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바캉스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럽의 코로나 ‘모범 방역국’이던 독일에서도 전날 신규 확진자가 1916명 발생해 4월 말 이후 가장 많았다.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의 신규 확진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자 마드리드와 인근 37개 구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