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 인정·이란핵합의 탈퇴 등 외교성과서 북한은 빠져
북핵관련 실질적 진전 없고 코로나19 등 국내문제 급선무인 점 반영
[미 공화 전대] 70분 수락연설서 북미정상회담 언급 '쏙 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그동안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웠던 북미정상회담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흘간 진행된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며 늦은 밤 70분간 이어진 후보 수락연설에서 시종일관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독설을 날렸다.

바이든 후보 깎아내리기 수단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동원하면서 "그는 끔찍한 한국과의 무역합의를 지지했다"며 FTA 개정을 자신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자찬할 때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했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이란 핵합의 탈퇴 등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자랑하며 그간 자신의 최대 외교 치적의 하나로 내세워온 '세기의 이벤트'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

앞서 지난 24일 전당대회 첫날 행사에서는 공화당이나 당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북한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첫날 찬조연설자로 나선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은 2018년 북한에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송환을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의 하나로 내세웠고, 공화당은 아예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인질 송환 실적을 소개하는 별도 영상과 코너까지 마련했다.

이어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제재를 통과시켰다"며 그의 대북 정책을 극찬했었다.

그럼에도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북한이나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지 않은 데에는 교착상태 장기화로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성과로 내세우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대화 재개보다는 북한이 대미 압박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춰왔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시위 사태, 경기 침체 등 미국인의 관심이 온통 국내 문제에 쏠리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도 바이든이 집권했다면 수십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대응을 자찬하면서 연내에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후보 측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2분짜리 '맞불' 광고를 내보내면서 "우리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바이든 후보) 이미 계획을 갖고 있다"고 코로나19 대응 책임을 거론하며 펀치를 날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편, 바이든도 지난 20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한반도나 북핵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독재자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시절은 끝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접근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