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택 시장이 붐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아 각 부문 시장이 쪼그라든 것과는 반대 분위기다. 영국은 지난달 주택 거래 건수가 10년만에, 집값은 11년만에 가장 높은 기록을 냈다.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집값은 전년대비 1.7% 올랐다. 영국 부동산기업 라이트무브는 “지난달 주택 가격 상승세는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래 가장 가팔랐다”며 “영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0%인 것과는 반대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평가사협회(RICS)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구매 문의는 크게 늘었다. 영국 정부가 주택 취득세 격인 인지세 기준을 한시적으로 높여 일정 금액 이하 주택 거래건에 대해선 사실상 취득세를 면제해주면서 수요가 더욱 늘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주택 구매 패턴 변화도 두드러졌다. 재택근무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우려 등으로 데본이나 콘월 등 교외 지역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곳 모두 지난달 주택거래액 역대 최대치를 냈다. 영국 대형 주택은 1년 전보다 거래량이 59% 폭증했다

마일스 쉬프사이드 라이트무브 본부장은 "봉쇄 조치를 겪어본 이들이 주거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며 “이때문에 이전엔 예상치 못했던 추가 주택 수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와 실업률 증가가 예상되면서 주택시장 호황이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RICS에 따르면 영국 부동산 중개업자 다수가 향후 주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먼 루빈슨 RIC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시 환경이 좋지 않고 일자리 감소와 정부 지원 대책 종료 등이 예상되는 시기"라며 "부동산업계에선 주택시장 중장기 전망을 놓고 다소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